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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 게임 ::

90년대초 격투게임의 사기캐릭터를 회고해보자





내가 한창 오락실을 누비고 다니던 90년대초중반은, 격투게임이라는게 처음으로 등장한 시대이다.
오늘은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특히 밸런스를 붕괴시켜 동네 오락실에서 악명을 떨치던
초창기 격투게임의 사기캐릭터들을 회고해볼 것이다.

당시 초중딩이던 내 나이때의 게이들은 그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겠지만,
그보다 어린 게이들은 봐도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전에 미리 말해두겠는데, 나는 당시 실력이 좋은 게이머가 아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게임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도 아니었고,
아마 동네마다 격투게임 캐릭터의 서열도 달랐을 것이다.
내가 사기캐릭터라고 써놓은 것이 사실은 별볼일 없는 캐릭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스트리트 파이터2의 최강 캐릭터가 달심이라고들 하는데,
당시 나의 플레이 환경과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동네에서 달심은 병신중에 상병신일 뿐이었다.
즉 내 입장의 사기캐릭터라는 것은 동네 꼬꼬마들 수준에서, 별 실력도 필요없이
아무나해도 더럽게 강했서 사람을 열받게 했던 그런 캐릭터를 말한다.
괜히 전문가 입장에서 진지빨고 태클걸지 않기를 미리 부탁해본다.

1.가일
등장게임-스트리트파이터2
주특기-앉아중발

솔직히 가일에게는 특별한 악감정은 없다. 스파2는 실질적으로 최초의 격투게임인데,
그냥 진놈이 100원을 날리고 자리를 떠야한다는 사실이 신기했을 뿐이지,
등장인물간에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는 개념자체가 없었고 내가 못해서 지는줄로만 알았다.
게다가 가일은 초창기에 거의 아무도 고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조작감때문인데, 
비비다보면 결국에는 나가는 파동권과 달리, 소닉붐은 발사가 쉽지않았다.
기를 모아야 할 시간을 느낌으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한번 안나가면 한참을 또 모아야 했다.
초창기만해도 앉아서 대각선으로 기를 모으지 않고 그냥 뒤로 가면서 기를 모으곤 했는데,
연속으로 막나가는 파동권에 비하면 정말 쓰라고 만든 기술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후져보였다.

가일이 씨발놈으로 보이기 시작한건 웅크리고 앉아 견제하는 속칭 니가와 전법이 
탄생하고나서부터인데, 이건 당시의 기술로는 이론적으로 파훼가 불가능했다. 
나는 혼다를 플레이했는데, 가일이 앉아있을때 가까이가면 중발로 툭툭치고,
열받아서 점프하면 어김없이 서머솔트킥으로 추락당한다.
쪼그리고 앉은 그 모습이 그야말로 엄청난 벽으로 느껴졌으며, 
솔직히 25년이 지난 지금도 중발쳐맞다가 빡돌아서 점프했다가 
반달차기 맞는 것외에 내가 할수 있는게 뭔지 모르겠다.
혼다로는 안된다싶어 류와 켄으로 장풍을 쏘면, 소닉붐으로 상쇄시킨후 백스핀블로우로 
존나 팍!소리나게 머리를 후려갈기는데, 그 효과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마디로 내 기억에 가일은 난공불락 그 자체이다.

2.앤디보가드
등장게임-아랑전설
주특기-팔꿈치치기

이 캐릭터는 아랑전설이라는 게임의 컨셉을 아예 바꿔놓았다.
초대 아랑전설은 테리,앤디,죠로만 대전이 가능했는데, 앤디가 세도 너무 세서
대전이라는게 성립이 되질 않았고, 아랑전설은 그냥 1인용 게임으로 남았다.
그 강함의 비결은 오로지 참영권이라는 정말 역사에 길이남을 돌진기술에 있었다.
이 팔꿈치 기술은 어린나에게 더블드래곤에 이어 강한 인상을 남겨놓았다.
일단 커맨드는 소닉붐과 같은데, 씨발 어떻게 된 영문인지 기를 안모아도 나간다.
그리고 방어후 딜레이가 없어서 막히면 연속으로 계속 또 쓰면된다.
지금과 달리 필살기의 파워도 세던 시절이라, 한방만 맞으면 거의 치명타나 다름없다.
아랑전설을 대표하는 기술이라면 파워넉클이나 파워게이저 많이들 생각할텐데,
어림반품어치도 없는 소리고 그때만해도 아랑전설하면 무조건 참영권이다.


테리와 죠로 그런 앤디와 싸우겠다는건 미친짓도 보통 미친짓이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서 아예 이을 생각도 안해봤고, 이 아랑전설이라는게 이으면
합심해서 컴퓨터와 한판을 2:1로 협력해서 싸우고 난 후 대전이 시작되는데,
요즘처럼 기계가 두배로 나눠진것도 아니고 나란히 앉아서 해야되는만큼
모르는 사람과 그 한판하는 시간이 너무 어색한데다가 가끔 지기라도하면 둘다 자리를 떠야하는데
그 뻘쭘함이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동네에서 아랑전설 대전플레이는 아예 사장되었다.


3.미키 로저스
등장게임-용호의권2
주특기-붙잡고 명치때리기

이 캐릭터야말로 쌍놈의 캐릭터중에 쌍놈의 캐릭터이고, 저 면상을 보니 지금도 손이 떨린다.
당시만해도 권투하는 흑형은 격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였고, 하나같이 저런 무성의한
디자인으로 대충 만들어졌다. 
다른 게임에서도 그렇듯 용호의권 세계관에서도 미키는 별 비중도 없는 캐릭터였는데,
시스템상의 문제로 주인공 줘패는 희대의 개씹캐릭터로 등극하게 된다.
바로 던지기와 낙법 시스템인데, 모든 캐릭터는 던지기 기술이 하나씩 있고 
이걸 맞은쪽은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버튼을 눌러 데미지를 경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키는 복싱캐릭터랍시고 발버튼을 눌러도 손이 나갔으며, 던지기버튼을 누르면
던지는 것이 아니라 멱살을 잡고 복부를 무려 7차례 가격했다.
오죽쳐맞았으고 한이 맺혔으면 때리는 횟수를 내가 아직 기억하겠는가...
문제는 리얼하게 만든답시고 그런것인지 이 던지기 기술은 낙법을 칠 수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판정이 스크류 파일드라이버 뺨치는지라,
한번잡고 적이 일어날때 대쉬해서 재차 잡으면 절대 피할 수 없이 또 쳐맞아야 한다.

원래 기력시스템이 있어서 필살기를 남발하지 못하는 게임이지만, 미키의 던지기는 그런것도 없다.
한마디로 미키에게 한번이라도 잡히면 게임끝날때까지 배를 존나쳐맞다가 끝나는 운명이다.
그 기분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다. 이게 무한콤보의 원조가 아닌가 예상해본다.
배를 쳐맞는데 그래픽상으로는 병신같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서 더 열받는다.
내가 태어나서 유일하게 오락실에서 현피뜨는걸 목격한게 바로 미키에 당하던
고등학생이 자기 친구 아구리를 날리는 장면이었는데, 그 누구도 쳐맞은 새끼를 동정하지 않았다.

4.샤를로트
등장게임-사무라이 스피리츠
주특기-날라 강베기

사무라이 스피리츠는 커맨드입력 필살기가 거의 쓸모가 없는 대신,
A와B를 동시에 눌러 나가는 강베기가 왠만한 게임의 초필살기 저리가라는 똥파워를 자랑하는 게임이다.
강베기 한방 터지면 쭉하면서 에너지바가 걸레가 되는 그 타격감은 일품이었다.
그대신 강베기는 발동도 느리고 딜레이도 커서 자주 쓸수가 없는데,
이 샤를로트는 그런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아주 좃같은 캐릭터다.
바로 점프 강베기 때문인데, 그 막강한 강베기를 딜레이도 없이 계속해서 퍼붓기 때문이다.
누르는 순간 전후좌우를 무적에 가까운 판정으로 베어버리는데, 위력도 위력이지만
점프도 낮고 빠른데다가 역가드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 어디로 막을지도 알수가 없다.
앞서 말했듯이 필살기들이 후져서 이걸 막을 대공기도 없다.
한마디로 샤를로트를 하면 점프 강베기 이외의 그어떤 공격을 할 필요가 없다.

내 십수년을 격투게임하면서 이런 기본기는 본적이 없다. 
이보다 더 좃같은 기본기를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좀 알려주길 바란다.
그때 당시에 샤를로트로 폴짝거리며 강베기만 하던 새끼들이 혹시 이글을 보고 있다면,
진심 반성했으면 좋겠다. 인간적으로 그러는거 아니다 진짜.
나는 쥬베이를 잘하고 싶었는데, 니들하고 할때 정말 재미없었다.
게임을 남 열받게 할려고 하냐 시발넘들아.

5.브루스
등장게임:철권2
주특기:원투로우킥콤보

브루스는 무에타이를 구사하는 캐릭터인데, 그때까지의 무슨 샴치나 화자이같은 
좆밥 캐릭터와 생긴건 똑같은데 그 강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캐릭터는 시발 얼마전에 케이블TV를 보니까 근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철권판을 주름잡고 있다.
브루스는 처음부터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어느날부터 셀렉트화면에 등장했는데,
딱 보이는 인상이 뭔가 느낌이 안좋았다. 앞으로 저새끼를 조심해야 된다는 강렬한 예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철권2는 내가 잘하고 싶던 마지막 격투게임인데, 나는 이 씨발 캐릭터때문에
철권2를 접고 격투게임계를 떠나게 된다.

강함의 비결은 일단 원투로우킥 콤보에서 나온다. 상단-상단-하단-중단인데,
파워가 더럽게 센대다가 도대체 시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게 방어가 잘 안된다.
거기다가 하단 로우킥 대신 니킥을 치는 이지선다까지 있어서,
브루스와 게임을 하면 그거 막다가 그냥 죽을뿐 내가 뭘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파워와 스피드와 콤보, 연속잡기까지 모든 캐릭터의 장점만 모아놓은 씹사기.
카즈야니 폴이니 철권을 대표하는 많은 캐릭터가 있건만, 이런 듣보잡이 
철권판을 주름잡는 최강자가 되는 그 현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수많은 사기캐릭터를 보아왔으나, 졌을때 이만큼 열받는 캐릭터는 없었다.

옛생각에 긴글을 썼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당시의 오락실 꼬마입장에서 쓴 글일 뿐,
실제로 어떤 캐릭터가 각 게임 최강으로 꼽히는지는 난 알지 못한다.

참고로 그때 나의 주무대는 대치동 아파트촌과 도곡동 학원가 일대의 오락실들이었는데,
거기선 대충 저런 캐릭터들이 오락실을 주름잡았다고 보면 된다.
30대중후반 게이들이 추억에 잠기는 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