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이라고 불리우는 성장 전략 및 규제개혁에 대한 청사진이 공개되었다. 나는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정책들은 대체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괜찮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인하,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 확대와 같은 경기 부양책이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심있게 일본 경제의 향방을
지켜봐야겠으나, 우선 일본이 소비세 인상에 의한 경기 위축을 원만하게 극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평가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한 추가 부양책이야말로 이번에 발표된 성장 전략 및 규제개혁인 것으로 보고있다.
BOJ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금융완화 정책을 장기간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자산 매입 계획에 대한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출구 전략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2017년부터 논의해도 늦지않다.
아베노믹스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제조업은 여러분들의 생각보다도 훨씬 강한, 세계적으로도 강한 축에 속하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3000개의 나무조각으로 만든 목공 제품이나 기모노를 만들었던 일본은 역사적으로 제조업에 강한 DNA를 갖고 있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모노즈쿠리가 일본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달러당 70엔 대까지 치솟은 살인적인 엔고에도
일본 경제가 버티어낼 수 있었던 것이지, 리먼 사태 당시의 한국이 참여정부 집권기의 환율을 그대로 가져갔더라면 그나마 좀 가진
밑천마저도 거덜났을 가능성이 농후했다고 평가한다. 한국같은 경우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몇몇 대기업들과 협력업체들을 제외하면
겨우 버티고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웅진, STX, 대한전선, 동양, 동부같은 재벌들도 무너지고 있는데, 그렇게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
실업자들이 갈 곳이 어디냐? 대부분 자영업이라는 레드 오션으로 몰려가게 되고 골목에서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무너진 인력들이 자영업에서 폭발하게 되고
비대칭적인 자영업의 비중은 한국 경제가 항상 어렵다고 평가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가계부채에 계속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자영업자의 비중이라고 보고있다. 말하자면 대출을 통해서 자영업에 도전한 자들이 실패하는 순간에 빚쟁이가 되는 것이다.
샐러리맨들의 삶이 고단하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자보다는 샐러리맨이 안전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통계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한 건 올리는 식의 대박은 없지만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샐러리맨이야말로 중산층의 상징과도 같고, 다들 중산층이
탄탄한, 말하자면 항아리 형태의 소득 구조를 가지고있는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근로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려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안정적인 삶이란 그저 직장의 사무실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근무하고 퇴근할 때도 자가용을 몰고
석양을 바라보면서 퇴근하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실업자들이나 명예퇴직자들이 전부 골목에서 닭이나 튀기고 있는, 이건 아니잖아?
방금 이야기했지만 한국같은 경우에는 자영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많고, 또 자영업의 공급과잉이 내수진작을 저해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 서비스개혁이 별반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솔직히 한국 정치권 가운데에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지력을 가진 집단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지금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와 청,장년층의 고용 문제, 낮은 여성 취업률 등 노동시장에 산적해있는
문제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50% 수준에 불과한 서비스 분야 육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떤
세력들이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내수활성화도 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같은 경우에는 제조업근로자의 비중이 8% 남짓인
것으로 알고있지만, 미국은 제조업이 완만하게 정리되는 과정에서 금융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산업이 인력을 상당부분
고용했기 때문에, 자영업의 비중도 7%가 안 되는 것이다. 국가경제에서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것은 후진성이라고 본다.
제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일으킨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공장이 들어선 것이 박정희 정권이 수립된 이후이고
이전의 공장들은 대부분 일제시대에 일본애들이 설립한 적산(敵産)이다. 하여튼 공장들이 전국 각지에 설립되면서 고용을 유발하고
한국 경제가 성장가도를 달리게 되는, 내가 살던 고향에도 기모노 옷감을 만드는 공장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시집장가를 가고는 했었다. 그런데 이 제조업의 상승세가 무너지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87년 노동자 대투쟁이였다. 한국에서는
쉬쉬 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당시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경직된 노동유연성이 한국의 생산시설을 전부 중국으로
쫒아내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한국의 제조업근로자의 비중이 27.8%,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32.5%에서 정점을 찍고 가파르게
무너지게 되었던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자대투쟁 덕분에 노동조건이 개선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제조업을
무너뜨리고 노동시장을 이원화해버렸다. 무엇보다도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술회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만약 한국의 제조업이 이렇게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고 15년 정도 성장세를 유지한 후에 완만하게
떨어져서 지금 16%가 아닌 26%였더라면 한국인들의 살림살이가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으리라 확신하고, 국민소득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으리라 감히 단언한다. 일본이 제조업 근로자의 비중이40여 년에 걸쳐서 떨어졌는데 한국은 20여 년만에 떨어져버렸고
결국 자영업에서 공급이 폭발하게 되는, 한국인의 삶이 일본인보다 고단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일본같은 경우에는 원천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고부가가치의 핵심 부품이나 소재는 일본제품이 많다는 것이다.
혁신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제는 완제품에 자신의 브랜드를 붙여서 판매하는 것 못지않게 제품의 핵심구성요소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때 3M이 화면에 붙이는
필름만으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지고 갔다는 사실을 봐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일본은 플라즈마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전자전기 분야에서 1위이며 로봇 분야도 1위이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기술력 역시 미국과 선두를 다투고있다.
정밀가공 기계 역시도 세계 1위이고 자동차 분야에서도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등도 1위이고 태양광도 세계적이다.
태양광, 하이브리드, 로봇, 부품소재와 가공기계,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은 미래산업의 핵심 분야이다. 이 분야에서
일본은 원천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미래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자에 아베 내각이 발표한 성장 전략에 대한 호응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일본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일본은 2분기들어서
72억 달러 가량을 순유입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빨아들였다. 아베노믹스의 성패에 대해서 단언하는 것은 여전히
이르다. 그러나 본인이 평가하는 것은 일본 경제의 재건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일본의 오늘이다. 잘난 사공이 워낙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파나소닉만 하더라도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반등하고 있는데, 재무제표가 견조하고 이익률도 많이 개선되었으며
부채를 줄이는 것에도 성공했다. 파나소닉의 자구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고, 분명한 점은 정부, 기업, 가계가 경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신뢰야말로 아베노믹스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큰 힘이라고도 한다.
싸우기에만 바쁜 정치권, 투자의욕을 상실한 기업, 서민 코스프레로 일관하는 가계로 구성된 한국을 새삼 되돌아보게 만든다.
요약
1.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이 발표되자 대규모의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유입되었다.
2. 반면에 한국 경제는 힘차게 전진하기보다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3. 경기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일본의 오늘은 한국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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