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화 ▒▒▒▒▒/:: 문화 ::

세계의 제국이 쇠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차 세계대전의 총성이 멎자 세계질서가 근본적으로 재조정되기 시작했다. 대영제국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영국은 슈퍼파워의 지위에서

내려왔으며, 프랑스는 완전히 탈락하고 말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국과 소련은 적대적 관계를 이루었으나 전후 미국의

힘과 위상은 슈퍼파워라는 단어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평가하더라도 무방한 수준이였다. 전후 미국 경제는 활황을 내달렸고

미국의 왕성한 구매력, 거대한 소비시장이 상품의 블랙홀로 작동하면서 우방국들의 상품을 끊임없이 수입했다. 미국의 하드파워는

자유진영의 교역시스템을 온전하게 보호하는「보이지 않는 주먹」이 되어주었는데, 한국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전후 호황의 막차에 올라탔다는 것이다. 중국의 모택동이 홍위병들을 선동하여 문화대혁명이라는 희대의 동란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한국은 미국이 보호하는 태평양을 따라서 상품의 블랙홀인 미국 시장에 부지런히 상품을 수출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10년 가량 달아날 수 있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한국의 안보나 경제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의 역할이나 존재감은 절대적인 것이였다.




http://www.nvcc.edu/home/dporter/images/101/roman_empire_map_117AD.jpgalign=center

모두 로마제국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활발한 정복활동으로 완성된 로마제국은 그 크기가 오늘날 미국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2에

해당할 정도로 광활한 지역을 차지하였다. 넓은 영토는 강력한 국력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고대 세계의 다양한 문화들을 포괄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로마라는 하나의 세계 속에서 융합된 다양한 문화들은 건축, 예술, 문학 등의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향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유럽 문화 전반에 걸쳐 로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로마제국은 고대역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국가였다.

그러나 팍스로마나로 명명되던 로마 제국의 멸망은 급작스러웠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래로 로마의 군사 정책기조는 군 병력을 치안에

필요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후 패배를 모르던 로마제국의 군대는 크고 작은 전쟁에서 번번이 패배하게 된다. 이후 분열된

로마제국은 476년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폐위되며 멸망한다. 이를 두고 제국 형성의 기반이 되었던 팽창주의가 중단되자 쇠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화폐경제의 몰락이 야기한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폐경제란 화폐를 매개로 상품이 교환되고 유통되는 경제이다. 오늘날 종이로 만든 지폐가 화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대 로마경제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주로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졌다. 즉 귀금속이 화폐로 사용되어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금화

또는 은화를 제조할 때 실질적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량의 금과 은이 사용되기 때문에, 그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실제 귀금속인 금과

은이 필요하였다는 점이다. 당시로서도 희소한 귀금속이 화폐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비록 화폐발행권을 가진 황제라고 할지라도 화폐발행을

자유자재로 늘리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고대 로마제국의 화폐경제를 무너뜨린 건 바로 무역이었다. 주변국들로부터 물건을

사들이는 댓가로 은이 엄청나게 빠져나가면서 로마의 재정을 거덜내기 시작하자 은 함량을 줄이고 구리를 섞은 화폐가 주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큰 문제가 되지않았으나 은의 함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구리가 늘어나면서 무게 4.55g이던 은화가 2.3g까지 줄어들었다.

화폐의 평가절하가 발생한 것이였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로마의 은화는 고철이 되었고 로마제국의 쇠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http://img12.3lian.com/gaoqing02/01/31/02/48.jpg

로마 제국의 멸망이 무역적자에서 기인한 화폐경제의 몰락 때문이였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는지? 역사적으로 제국은 자신의

패권을 주변국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수해야만 했다. 왜? 상품을 많이 사줘야 좋아할 것이 아니겠냐?

그래서 과거 중국같은 경우에도, 흔히들 중국의 교역은 조공시스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하는데 조선같은 나라들이 바치는

조공보다도 조선에게 하사하는 회사품이 더 많았다. 이러한 조공제도를 통해서 중국은 자신들이 제국임을 인정받으면서 제국으로서

체면치레를 하기 위해서라도 조공을 하는 국가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주었다는 것이다. 중원에서 왕조의 교체가 이루어질 때는

지속적으로 쌓여가는 무역적자를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였고, 이 때의 중국은 1년에 3번 조공을 바치겠다고 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3년에 1번 만 해도 족하다고 일축하고 쇄국정책에 국교까지 단절하는 등의 발버둥을 쳤지만 이 딜레마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역사적으로도 제국은 무역적자를 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누가 힘이 있겠냐? 시장에서는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가 왕이 아니냐?

506,337

그래서 미국도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한국이였더라면 몇 번이나 외환위기가 왔을 무역적자에도 미국은 끄떡도 안 한다.

이것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력이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을 통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든 미국은 1976년 계획적으로 금본위제를

붕괴시킴으로써 금태환의 보증없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시켜서 종이로 금을 만들 수 있는 합법적인 권한을 손에 넣었으며 막대한

세뇨리지, 말하자면 주조차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오늘날까지 세계는 미국이 전세계로부터 온갖 재화를 수입해주는 대신에

무역적자를 커버하기 위해서 달러를 프린팅하게 되고, 미국으로 상품을 팔아서 먹고사는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신주단지처럼 사가는

방식으로 세계경제가 지탱되어왔던 것이다. 그렇게 기축통화인 달러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왔지만, 반대로 미국이 무역적자만 계속

보게 되면 달러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으니 이를 두고 공급과 신뢰가 길항하는 트레핀 딜레마라고 일컫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그만큼 미국 시장에 Made in CHINA를 많이 팔아먹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과거 일본이나 중국처럼 미국을 상대로 많은 무역흑자를 가져가는 나라들을 상대로 화폐가치의 절상을 요구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저들이 달러를 쓸어감으로서 자신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중국을 향해

위안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함으로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환율조작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고, 가끔씩 한국을

향해서도 환율을 문제삼는 경우가 있는데 제국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럼 엔저는 왜 용인해주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현재의 엔화가치는 과거와 비교하면 엔저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리먼사태 이전의 엔화가치는 110~115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리먼 사태가 발발하고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니까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엔화를 선택한 투자자들이 대거 엔화를 매수함에 따라서 엔화의 가치가

폭등을 하고, 이러한 엔고가 일본 경제에 강력한 타격을 가했던 것이므로 제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을 돌봐줘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러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발효 2주년에 접어든 나라가 한국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FTA를 체결했다면 미국에서

이야기하는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는

거대한 소비시장을 가진 미국이 한국에게 FTA를 해주는 것이다. 제국의 입장에서는 FTA를 비단 경제적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략적인 목적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동맹국의 경제적인 지위를 보장해주겠노라는 확약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자에 미국은 한미FTA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평가한 피드백을 발표했는데, 포드와 같은 미국산 자동차의 對한 수출이 80% 이상

증가하였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완성차 업체가 우려하는 저탄소 협력금제도에 대해서 분명하게 명기하였다. 이는 FTA의

장기적인 실리를 가져가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이 지적하는 무역장벽 해소를 위해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 간의 이익을 거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리라 보지않는다.

d0008289_4b418faaab55c.jpg

무역적자로 인해 몰락을 거듭하는 제국의 역사를 지켜본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어 종이로 금을 만드는 합법적인 권한을 얻었다.

상품의 수입이 야기하는 무역적자는 달러를 찍어낼 때 발생하는 주조차익으로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제국과 같은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는다. 왜?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세계 경제로 흡수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의 확장에 대응하고 세계 각지에서

사라지는 달러들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달러를 계속 찍어내야하며, 달러를 찍어내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막대한 주조차익, 세뇨리지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유로화나 엔화, 파운드 역시 신뢰도가 높은 국제통화로 인정받고 있으나 달러의 지위를 넘보기에는 역부족이고

달러에게 덤빌 수 있는 것은 순금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어떤 국가이던지 U.S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는 국가가

나타나면 크게 화를 낸다. 이는 곧 미국이라는 제국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의 주장처럼 중국이 제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국이 되고자 한다면 세계로 팔아먹는 것보다 세계로부터 사들이는 것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약

1. 역사적으로 제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로 인해서 쇠퇴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2. 그래서 미국은 종이로 금을 만드는 합법적 권한을 통해 무역적자를 커버하고있다.

3. 제국이 되고자 한다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